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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경제

제1화 옥탑방 하늘과 맞닿은 나의 지휘소

by 조르바문 2026.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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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집니다.

옥탑방 천장을 바라봅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낡은 천장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천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세상이 가장 깊이 잠든 시간.

나만 깨어있는 것 같은 시간.

나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이유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그 가파른 계단을 매일 오르세요?"

숨이 차오르는 계단입니다. 삐걱거리는 난간입니다. 비가 오면 벽에 물기가 배어들고 겨울엔 계단이 얼어붙습니다.

불편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이 계단이 원망스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맙습니다.

이 계단 끝에 내 지휘소가 있으니까요.


새벽 4시, 청계천으로 나서기 전

옷을 입습니다.

작업복입니다. 낡았지만 깨끗합니다. 이 옷을 입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오늘도 정직하게.

새벽 4시, 집을 나섭니다.

계단을 내려갑니다. 골목을 걷습니다. 청계천 도로에 도착하면 빗자루를 잡습니다.

서울의 수천만 사람들이 아직 꿈속을 헤매는 시간. 나는 이미 이 도시의 얼굴을 닦기 시작합니다.


옥탑방, 나의 지휘소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그 계단을 오릅니다.

지친 몸입니다. 무거운 발걸음입니다.

그런데 계단을 다 오르고 옥탑방 평상에 걸터앉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서울의 야경이 눈 아래로 펼쳐집니다. 빌딩들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입니다. 저 멀리 남산 타워가 보이고 한강 위로 다리들이 길게 누워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새벽 노동으로 지친 몸을 식혀주는 그 바람.

눈을 감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이곳이 낡은 옥탑방이 아닙니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나의 지휘소입니다.


가난은 불편할 뿐이다

강남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 풍경을 모릅니다.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올라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기에 가장 높은 곳의 소중함을 압니다.

사람들은 옥탑방을 불쌍하게 봅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가난은 불편할 뿐입니다.

결코 불행이 아닙니다.

불행은 꿈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내 영혼을 스스로 낮추는 것입니다.

나는 예순일곱이지만 꿈이 있습니다.

새벽 3시에 눈이 떠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옥탑방 평상에 앉아 별을 보며 내일을 그리는 설렘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높이는 아무도 낮추지 못한다

세상은 나를 청소 노동자라 부릅니다.

나는 나를 꿈꾸는 조르바라 부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방식대로. 남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나이라는 숫자에 주눅 들지 않고. 가난이라는 현실에 영혼까지 내주지 않고.

옥탑방 평상에 앉아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중얼거립니다.

내 영혼의 높이는 아무도 낮추지 못한다.

가파른 계단이 힘드냐고요.

아닙니다.

그 끝에 나의 지휘소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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