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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경제

제5화 조르바처럼 거침없이

by 조르바문 2026.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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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눈이 떠집니다.

옥탑방 창문 너머로 별이 보입니다. 아직 세상은 잠들어 있습니다. 나는 그 별을 잠시 바라봅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 생각 하나가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조르바를 처음 만났을 때

젊었을 때 읽은 책이 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 사람 조르바 이야기입니다.

조르바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화려한 집도 없고 두둑한 통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유롭게 삽니다. 춤을 추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납니다.

그 이야기가 가슴에 박혔습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그리고 예순일곱이 된 지금. 나는 깨달았습니다.

조르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남의 시선에 갇혀 살기엔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 나이에 무슨 블로그냐고. 옥탑방에 살면서 무슨 꿈이냐고. 청소부가 무슨 글을 쓰냐고.

들립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의 시선에 갇혀 살기엔 남은 생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에 청계천 도로를 쓸고 집에 돌아와 낡은 노트북을 여는 것. 투박한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쓰는 것.

이것이 나의 춤입니다.

조르바의 춤처럼 거침없이.


발바닥에 닿는 대지의 감촉

새벽 4시.

청계천 도로를 걷습니다.

발바닥에 땅이 닿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아스팔트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 차가움이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여기 있습니다.

숨을 쉽니다. 걷습니다. 빗자루를 밉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새벽 공기 한 모금. 빗자루질 끝에 깨끗해진 길 한 뼘. 편의점에서 사온 따뜻한 캔커피 한 모금.

그 안에 이미 다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의 온기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릅니다.

믹스커피 한 잔을 삽니다. 천 원짜리 한 장입니다.

옥탑방 평상에 앉아 홀짝입니다.

서울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빌딩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커피 향이 퍼집니다.

세상 어느 고급 카페가 이보다 근사할까요.

마음이 넉넉하면 천 원짜리 한 장으로도 우주를 살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 우주를 삽니다.


나만의 춤을 추렵니다

조르바는 실패해도 춤을 췄습니다.

슬퍼도 춤을 췄습니다.

세상이 뭐라 해도 춤을 췄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렵니다.

예순일곱. 옥탑방. 청소 노동자.

이 모든 것이 내 인생입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

새벽 3시에 눈이 떠지는 것이.

오늘도 빗자루를 들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오늘 내 방식대로. 나만의 춤을 추렵니다.

거침없이.

자유롭게.

조르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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