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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경제

제3화 67세 다시 시작하는 설렘

by 조르바문 2026.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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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눈이 떠집니다.

오늘도 알람보다 먼저입니다.

천장을 바라봅니다. 낡은 옥탑방 천장입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천장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 꿈틀거립니다.

설렘입니다.

예순일곱의 새벽에 설렘이라니.

나도 가끔 스스로가 우습습니다.


남들은 쉬어도 될 나이라 하지만

맞습니다.

이 나이면 느긋해도 됩니다. 아침 공원 산책하고 오후엔 바둑 두고 저녁엔 텔레비전 보다 잠드는 것. 그게 일반적인 예순일곱의 하루일 겁니다.

근데 나는 새벽 3시에 눈이 떠집니다.

4시엔 청계천 도로를 쓸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낡은 노트북을 엽니다.

손가락이 말을 안 듣습니다. 한 글자 치면 옆 글자가 눌립니다. 지웠다 씁니다. 또 지웠다 씁니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빨간 줄이 그어집니다.

그래도 씁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배운다는 것의 설렘

신기한 게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가슴이 뜁니다.

블로그에 사진 넣는 법을 처음 알았을 때. 글에 제목을 꾸미는 법을 터득했을 때. 내가 쓴 글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흔적이 남았을 때.

그 설렘이 스무 살의 그것보다 뜨거웠습니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무뎌진다고들 합니다.

틀린 말입니다.

오래 기다린 것일수록 왔을 때 더 빛납니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 향기롭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두려웠습니다.

이 나이에 블로그가 되겠냐고. 누가 내 글을 읽겠냐고. 이 투박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려봤자 뭐가 되겠냐고.

그 두려움 옆에 더 큰 것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입니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곁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가슴 한구석에 못처럼 박혀있는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습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네 아비는 예순일곱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싶어서 오늘도 낡은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봄은 씨앗을 뿌리는 계절

나는 지금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예순일곱의 봄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순간이라는 말을 이제는 압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새벽 청계천 찬바람 속에서 몸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조르바처럼 자유롭고 싶습니다.

두려움 없이. 후회 없이. 오늘 이 순간에 온전히.

내 인생의 진짜 황금기는 바로 지금부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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