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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시멘트마당에서 쓰는 카레이스키

[카레이스키 유랑사 024회]어머니의 손, 1902년 두만강 새벽

by Zorbamoon 2026.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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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 유랑사 024회]
어머니의 손, 1902년 두만강 새벽

바이라인: 조르바문


"카레이스키 유랑사 024회 어머니의 손 1902년 두만강 새벽 문장손 카레이스키"




어머니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은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조선의 사내는 어머니 손을 잡지 않는다. 열 살이 넘으면 안 잡는다. 그것이 예의였다. 그것이 법도였다. 그러나 두만강 갈대밭에 쭈그려 앉아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이 새벽, 문장손은 그 법도가 원망스러웠다.

어머니 손을 한 번만 더 잡을 수 있었다면.

그 차갑고 거칠고 굳은살 박인 손을 한 번만 더 잡을 수 있었다면.

그러나 이미 늦었다. 단천이 저 산 너머에 있었다. 어머니가 저 산 너머에 있었다. 사립문을 닫고 나올 때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은 것이 이제 와서 이렇게 아팠다.

문장손은 손안의 놋쇠 숟가락을 더 꽉 쥐었다.

이것이 어머니의 손 대신이었다. 어머니가 이것을 쥐여주며 말하지 않은 것들이 이 차가운 쇠붙이 안에 담겨 있었다. 가거라. 살아라.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거기서 뿌리를 내려라. 그 모든 말들이.

갈대가 바람에 흔들렸다.

강물 소리가 낮게 흘렀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안산, 1995년 가을.

드미트리는 갈리나 아주머니 식당 구석 자리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어머니 나탈리아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아버지에게는 자주 썼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처음이었다. 아버지 편지 안에 어머니 안부가 늘 담겨 있었으니 따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어머니에게 쓰고 싶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쓰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가의 두 화분에 물을 주다가 갑자기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가 이 화분을 보면 뭐라고 할까. 아마 잘 자란다고 하실 것이었다. 그리고 물을 너무 많이 주지 말라고 하실 것이었다. 어머니는 늘 그런 말씀을 하셨다. 실용적이고 짧고 핵심만 있는 말씀을.

드미트리는 펜을 들었다.


어머니.

드미트리입니다.

갑자기 편지를 써서 놀라셨죠.

오늘 아침 화분에 물을 주다가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생각났습니다.

안산의 가을은 카자흐스탄 가을과 다릅니다. 더 습하고 더 빨리 옵니다. 그런데 하늘 색깔은 비슷합니다. 높고 파란 하늘이 카자흐스탄 가을 하늘 같습니다. 그 하늘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저 잘 먹고 있습니다.

근처에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아주머니가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된장국을 끓여주는 식당입니다. 어머니 된장국과 맛이 다릅니다. 그러나 뜨겁습니다. 뜨거운 것만큼은 같습니다.

나디아라는 여자를 만났습니다. 아버지 편지에 썼습니다. 함께 카자흐스탄에 가려고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머니 뵈러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드미트리 올림.


편지를 접다가 손이 멈추었다.

한 줄을 더 썼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그 네 글자를 쓰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1902년 새벽, 두만강.

동이 트기 시작했다.

지평선이 희뿌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어둠이 조금씩 걷혔다. 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던 강물이 회색이 되었다. 강 건너 연해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이었다.

문장손은 갈대밭을 나섰다.

모래톱이었다. 발밑에서 모래가 눌렸다. 신발을 벗었다. 보자기 안에 넣었다. 볍씨 봉지를 확인했다. 놋쇠 숟가락을 확인했다. 보자기 끈을 다시 한번 단단히 묶었다.

강물에 발을 내딛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차갑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4월의 두만강은 백두산 눈 녹은 물을 품고 있었다. 그 물이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발을 빼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한 걸음.

강물이 무릎까지 찼다.

두 걸음.

허벅지까지 찼다.

보자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물살이 생각보다 셌다. 옆구리를 쳤다. 발바닥으로 강바닥을 더듬었다. 돌이 많았다. 미끄러웠다. 몸이 흔들렸다. 반대 손으로 물을 짚었다. 팔꿈치까지 잠겼다.

멈추지 않았다.

강 한가운데서 문장손은 잠시 눈을 감았다.

어머니.

그 한 글자를 속으로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세 번을 불렀다. 소리 내지 않았다. 입술만 움직였다. 두만강의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지만 그 한 글자를 부르는 동안 추위가 잠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다시 걸었다.

물이 허리에서 무릎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얕아지고 있었다. 발밑의 강바닥이 모래톱으로 바뀌었다. 발을 들어 올리자 물이 뚝뚝 떨어졌다.

연해주 땅에 발이 닿았다.]



"1902년 새벽 두만강을 건너는 문장손 보자기를 머리 위로 들고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부르는 카레이스키의 시작"





연해주 모래톱에 서서 문장손은 뒤를 돌아보았다.

두만강이 뒤에 있었다. 조선이 뒤에 있었다. 어머니가 뒤에 있었다.

강물이 흘렀다. 소리 없이 흘렀다. 자신이 건너온 그 물이 지금도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계속 흐를 것이었다. 자신이 늙어 죽어도, 이 강은 흐를 것이었다.

문장손은 손안의 놋쇠 숟가락을 느꼈다.

차가웠다. 두만강 물에 잠겼다가 나온 것이라 더 차가웠다. 그러나 손안에서 쥐고 있으면 따뜻해질 것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차가운 것도 온기를 머금으면 따뜻해졌다.

어머니 손도 그랬다.

처음 닿으면 차가웠다. 그러나 쥐고 있으면 따뜻해졌다.

문장손은 강을 등졌다.

북쪽을 향해 걸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그 방향에 있었다. 신한촌이 그 방향에 있었다. 조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그 방향에 있었다.

발자국이 연해주의 새벽 모래 위에 찍혔다.

하나씩, 하나씩.

그 발자국들이 120년 후 어느 날 안산의 고시원 방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손자에게까지 이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문장손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냥 걸었다.

앞을 보며 걸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안산, 1995년 가을 밤.

드미트리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다 쓰고 갈리나 아주머니 식당에서 나왔다.

골목이 어두웠다. 가을 바람이 불었다. 차가웠다. 드미트리는 걸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놋쇠 숟가락이 손에 잡혔다. 차가웠다. 손안에서 쥐었다.

저쪽에서 나디아가 걸어오고 있었다.

퇴근하는 길이었다. 드미트리를 보고 손을 들었다. 드미트리도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이 골목 한가운데서 마주쳤다.

"어디 갔다 와요?"

"편지 썼어요."

"아버지한테요?"

"아니요. 어머니한테."

나디아가 드미트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무언가를 알아챈 눈빛이었다.

"보고 싶어요?"

드미트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나디아가 말했다.

"저도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었다.

골목이 좁았다. 어깨가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가을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드미트리가 말했다.

"내년 봄에는 꼭 가겠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어머니 뵈러."

"네."

"나디아 씨도 같이."

"알아요."

"우즈베키스탄 할머니한테도 들를 수 있을까요?"

나디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드미트리도 멈추었다. 나디아를 바라보았다.

나디아의 눈이 빛났다. 어둠 속에서 빛났다. 골목 가로등 불빛이 그 눈에 반사되었다. 그 빛이 눈물인지 가로등 빛인지 알 수 없었다.

"갈 수 있어요?"

"같이 가면 되죠."

나디아가 웃었다.

그 웃음이 골목의 어둠을 조금 밝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다시 걸었다.

나란히 걸었다.

카자흐스탄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카자흐스탄의 어머니가 어딘가에서 된장국을 끓이고 있을 것이었다.

그 뜨거운 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걸었다.

안산의 가을 골목을.

멀리 있는 사람들을 향해.

120년을 이어온 그 마음을 향해.



1995년 가을 안산 골목을 나란히 걷는 드미트리와 나디아 멀리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카레이스키"





다음 회에서는 1902년 연해주, 문장손이 처음 신한촌에 발을 들이던 날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낯선 땅에서 조선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정, 그리고 최서방과의 첫 만남을 깊이 파고듭니다. 안산에서는 드미트리와 나디아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위해 함께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이 소설은 실화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팩션(Faction)입니다. 1900년대 초 함경도 이주민 역사 및 두만강 월경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및 재외동포재단 공식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

— 자유의 영혼 조르바문 리빙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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