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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시멘트마당에서 쓰는 카레이스키4

[카레이스키 유랑사 005회] 아들이 태어나다, 문인수의 첫 울음 1912년 [카레이스키 유랑사 005회] 아들이 태어나다, 문인수의 첫울음 1912년 바이라인: 조르바문씨앗은 혼자 살지 않는다.땅에 뿌려진 씨앗은 싹을 틔우고, 그 싹은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에서 다시 씨앗이 맺힌다. 문장손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 땅에 볍씨를 심던 날, 그는 쌀만 심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다음을 심은 것이었다. 자신이 다하고 나서도 이어질 무언가를 심은 것이었다. 그것이 아들이었다. 그것이 카레이스키 2대의 시작이었다. 1911년 봄이었다.신한촌에 새 식구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그해 봄 장터에서였다. 함경도 성진 출신 처녀가 오빠를 따라 연해주로 건너왔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박순이. 스물한 살. 오빠는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막노동을 했고, 순이는 신한촌 아낙네들의 빨래와 바.. 2026. 5. 29.
[카레이스키 유랑사 004회] 안중근의 그림자, 신한촌에 드리우다 1909년 [카레이스키 유랑사 004회] 안중근의 그림자, 신한촌에 드리우다 1909년 바이라인: 조르바문역사는 영웅 혼자 만들지 않는다.총을 쏜 사람의 이름은 기록에 남는다. 그러나 그 총알이 날아가기까지, 수백 명의 이름 없는 사람들이 밥을 지었고, 돈을 모았고, 길을 열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름은 세상이 안다. 그러나 그 뒤에서 군자금을 모으고, 국경을 넘는 밀사에게 은신처를 내주고, 입을 다문 채 살아간 연해주의 조선 사람들, 카레이스키의 이름은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그 이름들을 위한 것이다. 1909년 가을이었다.신한촌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그해 여름부터였다. 낯선 얼굴들이 마을을 드나들었다. 조선에서 온 사람, 만주에서 온 사람,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올라온 사람. 그들.. 2026. 5. 29.
[카레이스키 유랑사 003회] 신한촌의 봄, 뿌리가 내리다 1903년 [카레이스키 유랑사 003회] 신한촌의 봄, 뿌리가 내리다 1903년 바이라인: 조르바문사람은 어디서든 뿌리를 내린다.흙이 척박할수록, 바람이 매서울수록, 뿌리는 더 깊이 파고든다. 연해주의 땅은 조선의 땅과 달랐다. 돌이 많았고, 흙이 거칠었고, 겨울이 길었다. 그러나 두만강을 건너온 사람들은 그 땅에서도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었다. 뿌리를 내렸다. 조선에서는 빼앗기기만 했던 것들을, 이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그것이 카레이스키의 시작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신한촌이 있었다.1903년 여름, 문장손이 처음 그 마을 어귀에 섰을 때, 그는 잠시 발을 멈추었다. 조선말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두만강을 건넌 이후 처음으로 듣는 제 나라.. 2026. 5. 29.
[카레이스키 유랑사 001회] 낡은 액정 속의 눈망울, 120년의 유랑을 부르다 [카레이스키 유랑사 001회] 낡은 액정 속의 눈망울, 120년의 유랑을 부르다바이라인: 조르바문'밤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옥탑방의 두꺼운 철문이 둔탁한 쇳소리를 내며 무겁게 닫힌다. 쿵 하는 그 짧고 무거운 소리는 오늘 하루 동안 거대한 빌딩 숲의 사각지대에서 남들이 버린 오물과 묵은 때를 쓸어내며 버텨내야 했던 비정한 노동의 시간을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하는 차단막과 같다. 문을 열고 방 한가운데로 발을 내딛자마자, 낮새 달구어질 대로 달구어졌던 함석지붕의 눅눅하고 더운 열기가 시멘트 벽면에서 배어 나오는 매캐한 먼지 냄새와 뒤섞여 훅 하고 가슴을 친다. 창문 하나 제대로 열어놓지 못해 환기조차 되지 않는 이 세 평 남짓한 방 가득 고인 공기는 숨을 턱 막히게 하지만,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 뒤.. 2026.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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