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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21

[카레이스키 유랑사 010회] 소련의 아들, 조선의 핏줄 1960년대 [카레이스키 유랑사 010회] 소련의 아들, 조선의 핏줄 1960년대 바이라인: 조르바문 잊혀지는 것과 잃어버리는 것은 다르다. 잊혀지는 것은 시간이 만든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은 흐려진다. 어제의 일이 일주일이 지나면 흐릿해지고, 일 년이 지나면 윤곽만 남고, 십 년이 지나면 그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사람의 탓이 아니다. 시간의 탓이다. 그러나 잃어버리는 것은 다르다. 잃어버리는 것은 스스로 놓아버리는 것이다.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의식적으로 내려놓는 것이다. 시간이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버리는 것이다. 문빅토르는 잊혀지는 것과 싸웠다. 그러나 잃어버리지는 않았다.소련 학교에서 러시아어로 레닌을 배우고 마르크스를 배우는 동안, 집에서는 아버지 문인수가 조선말로 .. 2026. 6. 10.
[카레이스키 유랑사 008회] 붉은 땅에 볍씨를 심다, 문인수의 봄 1938년 [카레이스키 유랑사 008회] 붉은 땅에 볍씨를 심다, 문인수의 봄 1938년 바이라인: 조르바문 살아있다는 것은 심는다는 것이다.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심은 것이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문장손이 두만강을 건너며 품에 안고 온 볍씨가 연해주 돌밭에서 황금빛 벼가 되었듯, 이제 문인수가 그 씨앗을 카자흐스탄의 붉은 황무지에 심어야 했다. 아버지의 유언이었다. 아니, 유언이기 이전에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1938년 봄이 왔다.카자흐스탄의 봄은 조선의 봄과 달랐다. 연해주의 봄과도 달랐다. 눈이 녹는 것이 아니라 얼었던 땅이 그냥 풀리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바람이 달라져 있었다. 어제까지 칼날 같던 바람이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2026. 6. 10.
[카레이스키 유랑사 007회] 붉은 황무지, 카자흐스탄의 첫 겨울 1937년 [카레이스키 유랑사 007회] 붉은 황무지, 카자흐스탄의 첫겨울 1937년 바이라인: 조르바문 사람은 던져진 곳에서 산다. 선택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디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듯, 어디로 던져질지도 선택할 수 없다. 스탈린의 명령서 한 장이 카레이스키를 중앙아시아의 붉은 황무지로 던졌다.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던져진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것만큼은 선택할 수 있었다. 문인수는 그것을 알았다. 아버지 문장손에게서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차가 멈춘 것은 스물다섯 날째 되던 날이었다.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지 거의 한 달이었다. 화물칸 안에서 한 달을 보냈다. 어둠 속에서 한 달을 버텼다. 처음 며칠은 사람들이 말을 했다. 어디로 가는지, 거기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 202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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